-일시 : 2021-07-04(일)
수궁가 中 의사줌치 대목
[아니리]
토끼는 수궁에서 살아 세상에 나와
한참 깡충거리고 올라가는디
어디서 느닷없이 위~허더니마는
난데없이 무서운 독수리가 토끼 대그빡을 후닥딱 차놨겄다
토끼란 놈 떼구르르 궁그러지며
아이고 장군님 어디갔다 이제 오시오
오 너이놈 잘 만났다 내가 너 잡아 먹을라고
저 멀리서 날아왔다
아이고 장군님 날 잡수실라믄 어디부터 잡수실라요
오냐 그 맛있는 골치대목부터 통째로 다 먹을란다
아이고 장군님 나를 잡수실라믄
대그빡부터 먹지말고 발구락부터 잡수시오
야이놈아 그게 어쩐 말이냐
나 입 조깨 살아있는 동안 말이나 좀 허다가 죽을라요
죽을 놈이 뭔 할말이 그렇게 많단 말이냐
뭔말인지는 모르지만 어서 해봐라
[자진모리]
여보시오 장군님 제 말씀 좀 들어보오
신기한 이야기를 들어보십시오
이번에 제가 수궁에를 들어갔었는디
수궁 용왕께옵서 의사줌치라고 허는
요상스럽게 생긴 주머니 하나를 주십디다
에? 그 의사줌치가 무엇이냐
글쎄 들어보십시오 의사줌치를 쫙 벌려 놓면
궁기가 여러 개 뚫렸는디
한궁기를 툭 튕기면 병아리새끼 나오너라 허며는
그 속에서 병아리 떼들이 하루에 일천오백 마리씩
삐약 삐약 삐약 삐약 허고 나오고요
에? 그 궁기속에서
예 또 들어보십시오 또 한 궁기를 툭 튕기면
개창사 돼지새끼 죽은 것 나오너라 허며는
몇날 몇일이라도 그저 꾸역 꾸역 나오는디
이러한 보물을 무주공산에다 걸어놓고 죽게 되니
그 아니 서럽소이까
재생 964| 등록일 2021.07.19